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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리(@GUkhr_pairi)

가정교사 히트맨 리본 야마고쿠 합작 / 인어X인간 / 파이리(@GUkhr_pairi)

 

 

동화 속에서만 존재하던 인어를 실제로 봤다는 말은 처음에 아무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목격담이 늘어날수록 바다나 강 근처에는 인어를 보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우연히 한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그들의 눈을 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 저주를 받는다, 등등…. 여러 소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인어를 보고 싶어 하는 욕구는 더욱 강해졌고 그러던 어느 날, 인간이 인어를 산 채로 잡아가는 일이 발생했다. 그대로 박아서 전시하거나 비늘을 장신구를 만드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그들을 해부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인간이 아닌 미지의 존재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흥미로운 대상이었다. 인어를 해하는 일이 생기고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사냥된 인어의 수는 오십에 육박했다. 인어는 종족의 안전을 위해 인간한테서 도망치기 바빴으며, 그렇게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야마모토!”

 

야마모토라는 이름의 남성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것과 동시에 밝은 미소를 지으며 부름에 응했다. 야마모토를 부른 다른 남성은 야마모토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여행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너도 이번 여행 갈 거지?”

 

야마모토는 짧게 ‘응!’이라고 말했고, 옆의 남성은 행선지인 바다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인어를 언급했다. 인어는 과연 실존하는 존재인가, 그렇다면 한번 보고 싶다, 옛날부터 전해진 소문이 사실인지…. 남성은 많은 얘기를 혼자 중얼거렸지만, 야마모토는 그 말에 크게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인간의 욕심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인어들은 결코 인간에게 좋은 감정을 지닐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간은 인어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고 느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짐을 자동차에 싣고, 운전자는 시동을 걸어 출발했다. 창밖을 보니 바깥에서 놀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였다. 햇살이 적당히 내리쬐고 바람이 온화하고 맑았다. 잔뜩 들떠 있는 친구들을 보고 있자니 야마모토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도시를 지나 숲에 가까워지자 울창한 나무들이 곧게 뻗어 있었다. 자갈밭을 달리면서 덜커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야마모토와 친구들은 2박 3일 동안 머무를 별장으로 향했다. 오래 걸리지 않아 도착한 별장은 목재로 지어진 크고 안락한 곳이었다. 친구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다에 들어갈 기세였다. 야마모토는 차에 들어있는 짐을 안으로 옮기기 시작했고 다른 친구들도 그걸 도왔다. 저녁 식사를 위해 근처 마트에서 잔뜩 장을 보고, 냉장고에 넣어둔 뒤 친구들은 곧장 바다로 달려갔다. 야마모토는 그들을 향해 ‘준비 운동 잊지 마!’라고 소리쳤고, 친구는 대답에 응했다.

 

현관문을 잠그고 열쇠는 지붕 위에 얹어둔 뒤, 야마모토도 바다로 향해 달려갔다. 물살을 서로 튀기기도 하고, 숨을 오래 참는 게임을 하기도 하고, 목표 지점을 정해 수영 대결을 하기도 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야마모토와 친구들은 물에서 나와 별장으로 향했다. 지붕 위에 놓아둔 열쇠를 ‘어떻게 거기 둘 생각을 했냐,’며 말하는 친구에게 야마모토는 ‘도둑이 들어도 여긴 못 볼 것 같아서.’라고 대답했다. 차례대로 샤워했고, 샤워를 마친 사람들은 저녁 식사 준비를 했다. 고기를 불판에 익히는 사람과, 양념을 준비하는 사람, 야채를 씻고 썰어가며 준비하는 사람, 근처에 모기가 달려들지 못하게 만반의 준비를 하는 사람. 각자 맡은 바를 충실히 해낸 음식은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배부르다~!”

 

야마모토가 그릇과 수저들을 정리하며 다른 친구들은 이부자리를 피기 시작했다.

 

“이렇게 잠들 수는 없어. 역시 이럴 땐 게임을 해야지!”

 

한 친구는 자신의 가방에서 온갖 보드게임을 꺼냈다. 그렇게 시작된 게임은 자정이 지나서야 끝이 났고, 처음 게임 얘기를 꺼낸 친구는 곯아떨어졌다. 다른 친구들도 슬슬 잘 준비하기 시작했고 야마모토가 불을 껐다.

 

숨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야마모토는 눈을 떴다. 새벽 세 시를 지나는 분침을 확인하고 야마모토는 친구들이 깨어나지 않게 조용히 일어나 별장을 나섰다. 시원한 밤바람이 살갗을 스치고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산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 속에서 야마모토는 걸어가 해변에 도착했다.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기도 하고, 천천히 걷다 커다란 바위가 위치한 걸 보았다. 야마모토는 그 뒤를 넘어가는데 바닥에 있는 것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의 눈에 보인 것은 친구들이 얘기한 인어였다. 허리 밑으로는 수많은 녹색 비늘들이 반짝였고, 그 끝에는 두 갈래의 꼬리지느러미가 있었다. 등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인어는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었다. 야마모토는 별장에 돌아가 구급상자를 챙기고 나왔다. 인간이 사용하는 약이 인어에게 맞을지는 몰랐으나,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약이 닿는 순간 인어는 고통에 신음했다. 야마모토는 인어가 추위를 느끼는지는 몰랐으나 자신의 겉옷을 덮어주고 자리를 떠났다.

 

여행 두 번째 아침이 밝아오고 야마모토의 머릿속에는 온통 새벽에 본 인어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인간에게 들키지 않았을지, 아니면 무사히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갔는지. 첫 번째 날과 다름없는 날을 보내고 친구들은 다시 잠이 들었다. 야마모토는 살며시 일어나 인어를 처음 발견한 바위 뒤편으로 향했다.

 

“어?”

 

인어는 온데간데없고 그가 있던 자리에는 어제 야마모토가 두고 간 겉옷만이 남아 있었다. 야마모토는 겉옷을 들고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인어는 보이지 않았다. 야마모토는 그대로 별장에 돌아가려던 순간, 바다 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인간이었군.”

 

목소리의 주인은 야마모토가 어젯밤 치료해준 그 인어였다. 은발의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의 인어는 야마모토를 노려보며 말했다.

 

“뭐야, 왜 아무 말이 없어?”

 

그 말을 들은 야마모토는 인어에게 말을 걸었다.

 

“아, 상처는 괜찮아?”

 

야마모토의 질문에 인어는 당당한 표정이었다.

 

“그깟 상처야 진작에 나았지!”

 

인어의 말은 거짓이었다. 상처는 아직 다 아물지 않았다. 야마모토는 아직 이곳에 남아있는 인어가 의아했다. 친구들의 얘기에 의하면 인어들은 인간을 미워하는 게 맞았다. 그러니 정신을 차리면 금방 떠나리라 생각했다.

 

“넌…, 왜 아직 여기 있어?”

 

“하? 내가 여기 있든 말든 네가 무슨 상관인데?!”

 

인어는 야마모토의 말에 버럭 화를 냈고, 야마모토는 당황한 기색이었으나 침착하게 말을 계속했다. 친구들로부터 들은 인어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품은 의문까지. 인어는 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래, 네 말에 틀린 건 아무것도 없어. 대부분의 인어는 인간을 증오해. 나 또한 인간을 좋아하진 않아. 하지만……, 인간에 대해 궁금한 건 많아.”

 

인어의 말에 야마모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속에서 숨도 쉬지 못하고, 그렇게 약하면서 어떻게 지금까지 대를 거듭했지? 문명을 발달시키고 많은 실패 속에서도 상당한 성공을 이룬 게 너희잖아. 네 녀석은 아직 어려 보이지만 그래도 아는 게 있겠지. 자, 말해봐.”

 

야마모토는 머리를 긁적이다 자신이 아는 인간의 역사를 인어에게 얘기해 주었다. 인어는 그의 얘기를 집중해서 경청했고, 중간마다 보이는 반응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달이 기울어 갈 즈음 야마모토의 얘기는 끝났고, 인어는 물 위를 떠다녔다. 그 모습을 보는 야마모토는 한동안 인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물에 젖은 머리카락은 달빛을 받아 반짝였고, 빛나는 두 눈동자는 마치 보석 같았다. 인어는 돌아다니다 야마모토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더니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못 보던 애인데 여긴 여행 온 건가?”

 

“아, 응.”

 

다음날 아침이면 돌아가야 하는 사실에 야마모토는 마음이 아프다고 느꼈다. 자신은 좀 더 앞에 있는 인어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야마모토는 인어에게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이름이 뭐야?”

 

“이름?”

 

인어는 한동안 말이 없더니 입을 열어 대답했다.

 

“하야토.”

 

“하야토…. 멋진 이름이네.”

 

해가 떠오를 시간이 되어 야마모토는 인어 하야토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하야토는 야마모토가 별장에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아침이 되고 야마모토와 그의 친구들은 짐을 정리하고 자동차에 타서 별장을 떠났다. 야마모토는 새벽에 하야토와 이야기를 나눈 장소를 바라봤다. 그 뒤로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고 야마모토는 버스를 타고 하야토를 만나러 갔다. 하야토가 그때 그 장소에 있는지 확신은 없었지만 일단 찾아갔다. 야마모토는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그때 하야토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뭐야, 또 왔어?”

 

하야토를 만난 야마모토의 표정은 눈에 띄게 밝아졌다. 야마모토는 그에게 보고 싶었다고 말하자 하야토는 놀란 표정으로 무슨 소리를 하냐며 화를 냈지만 붉어진 얼굴이 그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증명해 주었다. 이전에 하야토는 자신이 가진 이 마음을 버리기 위해 야마모토를 만나러 가지 않았지만, 하염없이 자신을 기다리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차마 그대로 떠날 수가 없었다. 먼 옛날, 인간이 자신의 종족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인어는 인간을 미워하는 게 당연했으나 하야토는 애정이란 이름의 감정을 떨쳐낼 수 없었다.

 

“좋아해.”

 

야마모토가 하야토에게 고백을 했을 때, 하야토는 거절할 생각이었다. 인간과 인어, 종족이 다른 둘은 함께할 수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그보다 더 앞섰기 때문에 하야토는 야마모토에게 같은 말로 대답했다. 어쩌면 운명이었을지도 모를 두 종족의 만남은 영원하진 않았으나 함께 지낸 시간만큼은 행복으로 가득했다. 어느 날은 바닷속에서, 다른 날은 바위 위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온전히 서로를 위해 세월을 보냈다. 인어는 바다를 유영하던 중 자신의 연인을 닮은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기도 했으며, 연인이 잠든 장소를 먼 곳에서 바라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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